
투자의 세계에는 오랫동동안 진리처럼 여겨지던 공식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는 안전 자산인 금을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식과 금이 함께 우상향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투자의 공식이 깨지고 있는 지금, 이 기현상이 의미하는 경제적 시그널을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동성 효과: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의 힘
전 세계 자산 시장에서 주식과 금이 동시에 급등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유동성 효과입니다. 팬데믹 이후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확장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엄청나게 공급되었습니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광의통화(M2)는 지난해에만 10.8% 증가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빠른 속도의 통화 팽창입니다.
이렇게 시장에 넘쳐나는 자금이 주식과 금을 가리지 않고 자산 시장 전반의 가격을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값과 미국 S&P 500 지수의 상관관계 지수가 2021년 '0.0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0.77'까지 급등했습니다. 1에 가까울수록 두 지표가 똑같이 움직인다는 의미이므로, 이는 포트폴리오의 방어막 역할을 하던 금이 이제는 주식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현상을 보면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라는 말이 뼈저리게 와닿았습니다. 주식과 금이 같이 오르는 현상의 이면에는 결국 쉴 새 없이 찍어낸 화폐로 인해 내 통장에 있는 현금의 구매력이 무섭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무서운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단순히 예적금에만 돈을 묶어두는 것은 사실상 인플레이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과 같습니다. 유동성 효과가 지속되는 한, 자산을 다변화하여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전략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중앙은행 금매입: 신흥국의 공격적인 금 보유량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패권 구도에 금이 가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사재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금 비축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만 해도 한 달 만에 금 보유량을 약 73조 원 치나 늘렸으며, 폴란드, 튀르키예, 인도 등이 공격적으로 금을 매입하며 가격 하방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앙은행들의 금매입은 단순한 자산 다변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닙니다.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질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통해 경제적 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매파 성향의 케빈 워시가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지명되며 잠시 주춤했던 금값도 곧바로 반등하여 거침없는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금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분석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환 위기나 금융 제재 위험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자산 가치 보존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금화 및 골드바 광풍까지 더해지면서, 금 수요는 중앙은행과 개인 투자자 양쪽에서 동시에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급 구조의 변화는 금값이 쉽게 하락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투자 패러다임: ETF로 변신한 금의 새로운 위상
최근 다양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실물 금을 사서 보관할 필요 없이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되자, 금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며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는 금의 투자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금은 위험 회피 수단이자 헷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는 안전 자산인 금을 사라는 음(-)의 상관관계가 투자의 기본 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ETF의 발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금은 이제 단순한 방어적 자산을 넘어 주식처럼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투자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두고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자산 시장의 새로운 룰"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금이 더 이상 소극적인 안전 자산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을 지닌 투자처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결국 화폐 가치 하락의 경고음"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주식과 금이 같이 오른다는 것은 우리가 쓰는 현금(화폐)의 가치가 그만큼 빠르게 쓰레기가 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심각한 인플레이션 후폭풍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절세 혜택이 있는 ISA 계좌를 통해 우량 주식과 배당주를 꾸준히 모아가고 있지만,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위해 금 ETF 등을 일부 편입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겠습니다. 세상의 투자 공식이 변하고 있다면, 개인 투자자인 우리도 과거의 낡은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투자 전략을 수정해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식과 금의 동반 상승은 단순한 시장 현상을 넘어 글로벌 경제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유동성 효과, 중앙은행들의 금매입,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입니다. 현금의 구매력이 무섭게 녹아내리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예적금만으로는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출처]
주식과 금이 함께 오르는 기현상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4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