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2~3년 전 집값 폭등기에 막대한 대출로 아파트를 매수했던 영끌족의 고통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중앙일보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아파트 매수자의 79%가 마이너스 상태에 놓여 있으며, 고금리 속에서 임의경매 건수까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끌족이 처한 현실과 이것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2021년 서울 영끌족의 마이너스 79% 실태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그야말로 패닉바잉의 시대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지금 안 사면 평생 벼락거지가 된다'는 불안감이 사회 전반을 지배했고, 많은 2030 세대와 서민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씁쓸합니다.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 서울 아파트 매수자의 79.2%가 현재 집을 팔 경우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10명 중 8명이 여전히 고점에 물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노원, 도봉, 강북 등 외곽 지역의 타격이 가장 컸으며, 이 지역 매수자의 90% 이상이 가격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강남 3구와 마용성 같은 상급지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포구 매수자의 63.1%, 송파구 매수자의 62.0%, 성동구 매수자의 60.9%가 여전히 고점의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소위 '서울 핵심 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절반 이상의 매수자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은 당시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과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집값은 올해 들어 어느 정도 반등했다고 하지만, 최고점이었던 2021년의 상투 가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누적된 살인적인 대출 이자입니다. 기준금리가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인상되면서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매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자를 감당하느라 가계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집값 하락의 문제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의경매 급증과 금융시스템 위기
영끌족의 고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임의경매 건수의 급증입니다.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이자 연체로 인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임의경매 건수가 작년 대비 무려 48%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거의 반토막 수준의 증가율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합니다.
임의경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파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경매 과정에서 저가 낙찰이 이루어지면 주변 집값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특히 같은 단지 내에서 경매 물건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 그것이 새로운 시세로 인식되어 다른 세대주들의 자산 가치도 하락하게 됩니다.
대중의 여론은 이 문제에 대해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한편에서는 "당시 언론이나 분위기가 지금 안 사면 바보라고 부추긴 면도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고금리에 시달리는 걸 보면 남 일 같지 않고 안타깝다"는 동정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2020~2021년 당시 언론과 유튜브,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일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매수를 부추겼고, 정부의 규제 정책마저 오히려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며 패닉바잉을 촉발했습니다.
반면 냉정한 시장 논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남들 돈 벌 때 배 아파서 무리하게 추격매수 한 건 본인의 욕심이었으니, 그 결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책임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기존 대출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수침체와 국가경제의 악순환 구조
영끌족의 위기는 개인의 파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국가 전체의 내수침체로 이어지며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심적 회계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인 집값이 하락하면 실제 수입이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원리금을 갚느라 쓸 돈이 없는 데다가,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외식, 쇼핑, 문화생활 등을 모두 끊어버리게 됩니다. 특히 2030 세대는 본래 소비 성향이 높고 경제 활동이 왕성한 계층인데, 이들이 영끌로 인해 소비를 극도로 억제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식당, 카페, 옷가게, 문화시설 등 내수 기반 업종의 매출이 급감하고 폐업률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영끌족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과거 2006~2008년의 버블세븐 사태 때도 고점에 물린 집값이 원상복구 되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16년에 이르러서야 당시 가격을 회복했던 것입니다. 2021년의 영끌 매수 역시 비슷한 궤적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집값 회복에 10년이 걸린다면, 그동안 영끌족은 고금리 대출 이자를 감당하며 소비를 극도로 억제해야 하고, 이는 곧 내수경제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명확합니다. 첫째,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휘둘린 추격 매수는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남들이 다 살 때, 언론에서 연일 신고가를 떠들 때가 오히려 가장 위험한 상투일 수 있습니다. 둘째, 대출은 철저히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일으켜야 합니다. 금리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보수적인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내 자산과 가정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입니다.
현재 대출 규제가 빡빡하고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무주택자라면 조급해하기보다는, 시장이 조정받는 시기를 노려 본인의 철저한 자금 계획 하에 급매물을 알아보는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집은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매일 밤잠을 설치게 하는 빚더미가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부동산 투자의 사이클과 심리를 냉정하게 이해하고, 무리한 레버리지보다는 안정적인 자금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입니다.
[출처]
중앙일보 "고점에 물렸다" 2021년 서울 영끌족 79%, 지금도 마이너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2855